코로나19 시대와 지역문화

‘2020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의 사회문화적 의미

장 훈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문화

2020년 초반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문화영역 전반에 큰 피해가 있었다. 우리는 문화예술뿐 아니라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거의 모든 영역의 서비스, 프로그램의 감소를 목격했다. 다행스럽게 곧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조치 등이 해제되고,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점진적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면,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서비스도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든 것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팬데믹이 우리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지역 문화서비스 영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필수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 민간 산업영역에서는 코로나의 영향과 관련된 정보들이 각 이해관계자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있고, 일반인들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는 부가적 공공서비스의 영역은 급한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서비스도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2021년 통계 수집 주기가 도래한 문체부 승인통계인 《2020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 현황통계분석》(문체부, 2022.1)가 실시되어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의 문화서비스의 변화 양상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본고를 통해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 지역의 문화서비스 현황을 보여주는 지역문화실태의 변화를 살펴보고, 지역에서 우리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간략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문화시설 늘었지만, 문화예술(인)활동은 감소했다”

가. 지역문화실태조사 개요

지역문화실태조사는 지방자치단체별 문화예술 관련 통계 및 행정자료의 체계적인 수집과 분석 그리고 활용의 필요성에 부응하여 2012년, 2014년 두 차례 시범조사를 거쳐 2018년 국가승인통계로 인정받아 추진되고 있다. 지역문화실태조사는 지역 간 문화여건과 문화격차 수준의 결과를 분석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진흥정책 수립 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지역별 문화적 강점을 특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체계적 지역문화지원정책을 수립·추진에 활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태조사 항목은 대분류 기준으로 문화정책, 문화자원, 문화활동(인력 및 단체), 문화향유 4개 영역에 총 32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2019년, 2020년 자료를 동시에 수집하였고, 코로나19 특별지표도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나. 지역문화실태조사 결과

주요 조사결과를 요약하면, 지역의 가장 기초적인 문화여건인 문화시설은 2017년과 비교해 인구 1천명당 문화기반시설이 14%, 인구 1만명 당 생활문화시설 수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문화예산(인구 1명당 문화 관련 예산액)은 2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서비스 접근 기회와 관련된 문예회관 공연일 수, 축제 수는 각각 –75%,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 인력 및 단체는 예술인 110%, 문화예술교육사 61%, 학예인력 59%, 문화관광해설사 16% 등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문화프로그램은 ‘문화가 있는 날’이 –35%, 취약계층 대상 프로그램 –8%, 문화다양성 프로그램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지역문화정책 환경의 개선과 문화활동 인력 및 단체는 증가했지만, 문화서비스 접근 기회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 지역문화종합지수

32개 지역문화현황통계를 가공, 데이터 표준화 및 가중치를 적용하여 지수화한 지역문화종합지수로 지역 간의 문화적 여건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먼저 수도권, 비수도권 간에 지역문화종합지수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하위요소인 문화정책 및 문화자원의 경우 비수도권이, 문화인력 및 단체는 수도권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시·군·구 간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종합지수는 ‘시’가 상대적 우위였고, 문화정책 부문은 ‘군’ 단위가, 문화자원 부문은 ‘시’와 ‘군’ 단위가, 문화활동(인력 및 단체) 부문은 ‘구’와 ‘시’ 단위가 상대적 우위를 보였으며, 향유(문화프로그램)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간 정부의 노력으로 정책적인 지원의 지역 간 격차는 개선되었지만, 문화서비스의 핵심자원 중 하나인 문화인력 및 단체의 수도권 편중은 지속되고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지역의 문화서비스 지속가능성 고민 필요

코로나19는 문화서비스 분야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0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는 일부 지표에 한해 2019년, 2020년 값과 비교하였다.

지표
번호
주요 결과 2019년 결과 2020년 결과 증감
1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 기획
발주 문화 관련 사업 선정 건수
기초 6.1건 6.1건 0%
광역 15.0건 15.2건 1%
2 전체 문화·예술사업 중 지방자치단체 자체 문화사업 비율 기초 58.9% 56.1% -5%
광역 48.3% 56.2% 16%
16 문예회관 공연장 공연일 수 기초 91.4일 39.5일 -57%
광역 119.2일 61.3일 -49%
17 공공도서관 주당 평균 개방 시간 기초 67.2시간 58.2시간 -13%
광역 67.2시간 57.2시간 -15%
18 전국 지역축제 총괄표 기준
평균 지역축제 예산
기초 423백만원 284백만원 -33%
광역 359백만원 311백만원 -13%
19 자치단체 지원 마을축제 건수 기초 4.2건 1.4건 -67%
광역 57.4건 18.4건 -68%
28 인구 만 명당 자체 기획
문화예술 공연 건수
기초 1.01건 0.45건 -55%
광역 0.17건 0.18건 6%
29 ‘문화가 있는 날’ 자치단체
기획사업 건수
기초 4.8건 2.8건 -42%
광역 7.0건 4.7건 -33%
31 장애인·노인·저소득자·위기청소년·교정시설 대상 특화 문화프로그램 건수 기초 5.3건 3.7건 -30%
광역 6.3건 5.3건 -16%
32 다문화·새터민·성소수자·이주노동자 대상 특화 문화프로그램 건수 기초 2.3건 1.4건 -39%
광역 2.8건 1.6건 -43%

코로나19로 인한 지역문화지표의 변화 양상

우선 코로나19에 의해 실제 문화예술과 지역민이 만나는 장(場)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문화예술이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서비스라는 특징에 기인한다. 코로나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특성은 공간, 공동체와 기본적으로 반대의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지역문화 인력 및 단체의 수도권 집중이 여전한 가운데, 제도권에 등록한 인력 및 단체가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인력의 순증가라기보다는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 그간 등록하지 않았던 인력의 증가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특별지표를 통해 살펴본 지역의 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은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예술인, 문화예술 단체 등록은 지원의 효율성과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기반은 다소 향상하였지만 여전히 미흡하였고, 문화프로그램은 코로나로 인해 감소하였다. 문화소외계층의 경우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와도 겹쳐 일반인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문화 박탈로 인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역의 문화서비스 기관의 비대면 서비스, 디지털 서비스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문화서비스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가 대폭 증가하였다. 문화프로그램 위주로 살펴보면 2019년 대비 대면 문화프로그램은 –59% 감소한 반면, 비대면 문화프로그램은 2,8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면·비대면 서비스의 증가와 감소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문화서비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문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변수들이 생길 수 있으므로 어떠한 상황에도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서비스 제공 여건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졌다.

장 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연구위원
2010년 고려대학교 문화 및 사회심리학 박사를 취득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여가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2014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하여 정책수요자, 국민의 관점에서 문화시설, 문화서비스, 문화예술향유정책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