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정책 비전과 과제를 제시하다.
-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2020-2024

노영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지역사회가 직면한 변화와 문화, 그리고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지역사회를 둘러싼 환경적 변화는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첫째, 지역은 사회공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 및 지역의 인구사회학적 변화, 도시환경의 노후화와 경제·산업기능의 유출, 일자리 감소로 인해 도시쇠퇴(urban decline), 도시축소(urban shrinkage), 나아가 지방소멸의 위기론이 등장하고 있다. 둘째, 지역은 포용과 혁신, 지방자치와 분권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포용적 혁신국가와 더불어 지역의 자치와 분권은 핵심 국정철학이 되었다. 균등한 기회와 자치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기술과 사회혁신을 통하여 지속가능하고 내생적인 발전을 지역사회는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문화’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지역의 사회·공간적 위기는 지역문화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지역쇠퇴와 축소, 혹은 소멸로 인해 지역의 고유한 문화정체성과 자산 또한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화정체성과 문화경관이 훼손된 지역은 회복과 재생이 힘들거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역의 회복과 재생을 위해 고유의 생활문화양식, 문화자산과 경관을 기록, 보전하고 전승할 필요가 있다. 한편 문화는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과 발전을 중요한 요소이자 동력이 될 수 있다. 많은 지역들이 도시 및 지역재생 혹은 마케팅 전략 추진에 ‘문화’를 적극 활용하는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1월 28일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 「지역문화진흥법」 제6조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 등) 하여 5년 단위로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시행・평가가 의무화되어있고, 2015년 수립된 제1차 문화진흥기본계획(2015-2019)이 2019년에 만료됨에 따라 정부(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2차 지역문화진흥계획(2020-2024)을 수립하게 되었다. 이번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0-2024)’은 이상에서 언급한 지역사회의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가. 수립 경과

2019년 한 해 동안 체계적이고 상향식 계획의 수립을 위하여 정부와 지자체, 공공과 민간의 긴밀한 소통과 다양한 협업이 추진되었다. ‘계획수립 연구단’(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9.3월)과 지역문화정책전문가, 유관기관 및 문화기획자들로 구성된 ‘기획단’(민관합동, 2019.7월)을 구성하여 기본계획의 방향 제시 및 신규과제 발굴 등을 논의하였다.

지역과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청취하고 실효적 정책수립을 위하여 전국 10개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2019년에 만료된 ‘제1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2015-2019’와 시도 시행계획에 대한 문체부·지자체의 평가를 실시하고 지역토론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서면 의견조사를 추진하였다. 2019년 12월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초안을 바탕으로 종합토론회가 진행되었으며,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 제22조에 의거하여 설치된 ‘지역문화협력위원회’의 보고·의결로 최종 계획을 확정하였다.

나. 계획의 비전과 핵심가치

이번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비전은 ‘포용과 혁신의 지역문화’로 설정되었다. 이 비전은 일상생활 속에서 누리는 문화적 삶으로 국민행복을 추구하고, 문화를 통한 지역의 경제·사회적 혁신으로 지역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이루자는 미래지향을 담고 있다.

이러한 비전하에 본 계획을 지탱하는 핵심가치로 ‘자치’, ‘포용’, ‘혁신’을 설정하였다.

첫째, 자치와 분권은 비단 지역문화정책뿐만 아니라 전체 국가정책의 가치이기도 하다. 국민주권시대 자치・분권의 가치에 조응하여, 지역이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자치·분권형 지역문화정책의 실현은 가장 중요한 ‘계획’의 지향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포용적 지역문화정책’이란 개인의 사회・경제・문화적 지원 혹은 지역 등에 상관없이 문화 창조・향유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여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조치되는 정책을 의미한다.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포용적 지역문화정책의 실현을 통해 문화를 통한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 추구와 공동체 화합을 지향한다. 셋째, 혁신의 가치이다. 문화는 경제・산업・기술혁신은 물론 사회혁신을 견인해내는 중요한 자원으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문화를 통한 지역혁신 (창업・창직, 사회문제해결), 나아가 지역발전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지역을 만드는데 가치 지향을 가진다.

다. 계획의 목표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계획 목표로 ① 문화자치·분권의 원리로 ‘내가 만드는 지역문화’, ② 포용의 가치로 지역에서 실천하는 ‘모두가 누리는 지역문화’, ③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으로 ‘사회를 혁신하는 지역문화’가 설정되었다.

① 문화자치·분권의 원리로 ‘내가 만드는 지역문화’

민주주의 성숙과 맞물려, 지역과 주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분권·자치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적 가치와 요구에 문화와 예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급속히 쇠퇴하는 지역은 정부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자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자치·분권’과 ‘균형 발전’의 조화로운 실현을 목표로 한다.

② 포용의 가치로 지역에서 실천하는 ‘모두가 누리는 지역문화’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2018년에 발표된 ‘문화비전2030’의 비전인 ‘사람이 있는 문화’를 계승하고, 지위・지역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자율적으로 문화 활동을 경험하는 한편, 정책 결정 및 추진에 참여하는 ‘포용적 지역문화정책’을 지향하고 목표로 한다.

③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으로 ‘사회를 혁신하는 지역문화’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당면 지역에 처한 도전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지역이 보유한 창의적이고 고유한 문화자산을 발굴·보존·활용하고, 창의적·혁신적 환경조성 및 인력양성에 계획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후속조치와 이행을 위한 제언

정부, 지자체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수립·공표되었다. 다만 제2차 계획은 향후 5년간 지역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지침에 불과하므로, 지금부터의 중앙과 지역, 민과 관의 창의적 발상과 구체적인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광역과 기초 지자체는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의 원활한 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지원과 함께 기본계획의 구체적 사업화, 이행지표 마련 및 정기적 이행평가 등의 후속조치가 요구된다. 지자체의 경우 지역 차원의 상향식 시행계획 수립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효적인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역문화정책 모니터링을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 진단지표 개발 및 정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모니터링의 결과는 정부-지자체 지역문화정책추진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대외 공개를 통해 정책투명성 제고 및 정책성과의 대내외 확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성공적 실천을 위한 지역문화진흥원의 역할 정립

(재)지역문화진흥원은 현장과 정부 사이 가교역할을 하고 최일선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문화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직 중 하나이다. 이에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곧 향후 5년 간 (재)지역문화진흥원의 비전이자 구체적인 사업방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기본계획과 지자체 시행계획을 면밀히 검토하여 기관 경영과 사업계획을 재편하고, 기관 차원에서 계획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2019년 (재)지역문화진흥원은 그 어느 해보다 지역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의 연속선상에서 2020년에도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을 매개로 지역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들과의 소통과 협업을 추진하여 ‘포용과 혁신의 지역문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