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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1] 영국적 맥락에서 읽는 생활문화, Everyday Creative

발행처 생활문화진흥원 정책사업팀
발행일 2017.09
파일 영국적 맥락에서 읽는 생활문화, Everyday Creative.pdf

최혜자(문화디자인 자리)

 

1. 2017년 여름의 런던

2017년 여름 필자는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며칠 전부터 팔이 여덟 개 달린 인도의 여신, 두르가처럼 급한 일들을 쏜살같이 처리하고, 일단! 비행기 안으로 슬라이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1시간쯤 지나고 난 뒤 슬금슬금 존재와 행위의 총체적 혼돈감이 들었다. 필자는 비교적 우아한(?) 외모와는 반대로 뭔가에 꽂히면 정신을 놓는 무모함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급한 시간 속에 달리다가 갑자기 정지된 비행기 안에서 혼동을 느낀 필자는 스스로 물었다. “왜 런던으로 가는 거지?”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

필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남들이 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필자에게는 항상 궁금했던 것들. 사람 사는 게 똑같은데 왜 영국은 일상을 기반을 둔 문화활동이 포착되지 않을까? 1970년대 맹렬하던 커뮤니티 아츠 운동은 어떻게 되었을까? 1980년대 이후 영국의 공동체 운동은 문화활동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을까? 런던 올림픽 이후 확연히 드러난 자발적 예술이라는 이름의 문화활동은 어떻게 성장해 온 걸까? 이런 물음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궁금증은 막연함을 벗고 마땅히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필자의 무모한 여정은 사실 이런 질문에 답을 찾거나 답이 될 만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런던의 이곳저곳을 찾아보고자 하였고, 마침 생활문화진흥원의 조사팀이 며칠 뒤에 런던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 몇 개의 미팅에 참여해도 된다는 허락도 받아 두었다.




2. 어디서 왔을까? 영국의 생활문화

영국의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지만, 문화정책과 관련하여 우리보다 앞선 이슈를 만들어내는 나라로 대개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을 꼽는다. 그러나 영국은 유독 일상의 문화 영역과 관련하여 빈곤함이 있다. 영국은 확실히 프랑스나 독일과는 다르다.


프랑스는 근대 프랑스 혁명의 전통과 현대사회 68혁명의 전통이 사회 밑바탕에 흐르는 나라이다. 1930년대 시민 문화활동과 문화적 권리에 대한 자각은 다른 나라보다 수십 년을 앞서 있었으며, 1959년 세계 최초로 설립한 문화부는 문화와 예술정책에 대한 국가적 의무를 이행하는 사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예술교육을 통해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원을 공유하는 것을 정책화한 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정책보다 선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68혁명의 정신이 있는 사회구호와 독일 사회문화 매거진프랑스 68혁명의 정신이 있는 사회구호와 독일 사회문화 매거진

독일은 2차 대전이후 “침묵의 경제 성장”이 끝난 뒤, 젊은 세대들에 의한 나치 독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명명백백하게 해석된 나라이다. 1960년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시민의식에 기반을 둔 평화교육, 1970년대 전국적으로 번진 공동체 활동 중심의 문화운동, 1990년대 통독사회 통합을 위해 다양성의 확장을 위한 문화여건 조성 등 사회저변의 변화는 실천영역과 정책영역을 교차하며 촉진되었다.


영국은 이러한 시민사회의 전통, 지배 권력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확장했던 전통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이다. 영국은 근대화와 번영으로 형성된 강력한 권력이 사회적 타협과 통제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필자의 과문한 탓이 크겠지만, 우리나라에 영국의 문화정책은 몇 가지 영역에 국한되어 소개되었다. 예술위원회 중심의 전문예술 지원정책(팔 길이 정책으로 대변되는), 도시재생과 문화영역(찰스 랜드리로 대변되는), 문화예술교육정책(CP로 대변되는), 창조 산업과 관광영역(웨스트사이드로 대변되는) 정도.


그러나 영국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사람들의 만남과 일상의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축구를 즐기고 길거리 펍(PUB)에서 맥주를 즐기는 것이 영국민의 모든 일상이 아니듯이, 영국의 생활 문화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발적 예술(Voluntary arts) 혹은 커뮤니티 아츠(Community arts) 그리고 최근의 생활문화(Everyday Creative)를 포괄하고 있다.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위) 볼런터리 아츠 관련 사진
아래) 붉은 사다리 극단의 최근 사진

필자는 영국의 생활 문화의 전통을 읽어나가는데 세 가지 역사적 맥락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첫 번째는 근대화를 완성한 1900년 전후의 빅토리아 시대이다. 실제 볼런터리 아츠 대표 로빈 심프슨(Robin Simpson)은 영국의 자발적인 문화활동의 시작을 빅토리아 시대라고 말한다. 빅토리아시대는 영국이 세계 최강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로 화려하고 근엄한 문화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던 시대이다. 흔히 영국의 소설을 읽으면 “빅토리아풍”이라는 문구가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화려하나 쇠락한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자원봉사 활동, 빈민 구제 활동, 고아원 건립 등 사회적인 관용이 확장되던 시기이며, 일상 속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재력가들의 도움이 넘치던 시기이다. 이러한 활동 중에는 계몽적, 자선적, 관용적인 성격이 있으며, 시대를 달리하면서 생활 문화활동을 스스로 즐기는 자발적 문화활동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한 활동이 1991년 전국적 단위의 조직으로 성장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감명 깊은 대목이었다.


두 번째 1960년대 커뮤니티 아츠이다. 이것은 다분히 정치성이 있는 활동인 반면, 문화주체들의 자각을 통해 문화적 변화를 꿈꾸는 활동이었다. 커뮤니티 아츠는 1960년 이후 지속적으로 지역과 사회 속에서 성장한 대안문화(Alternative Arts)로서 아마추어 예술활동을 진작하였다. 영국의 진보진영은 전후 영국의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지역과 미래 활동으로 전환한다. 그것이 지역의 다양한 예술활동, 청소년 대상의 교육연극 운동 등이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극단 붉은 사다리 시어터로, 주민 참여의 연극활동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복원하고 사회적 자각을 할 수 있게 돕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였다. 필자가 더 깊이 조사할 기회는 없었지만, 기존의 계몽적 예술활동과 아마추어 예술활동간의 관계는 각각의 지역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3. 현대사회 생활문화의 핵심, 문화역량

세 번째 1980년 이후 오늘에 이르는 세계화 시대의 Everyday Creative 활동이다. Everyday Creative는 새롭게 만든 용어라고 한다. 흔히 현대적 사유를 담기 위해 용어를 새로 만드는 현대철학자들처럼 새로운 사유를 이해시키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그러나 단지 개념이 새로 만들어졌을 뿐, 이 개념이 주목하는 활동 자체는 인간 본연적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 개념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인식하자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한 내적 상태와 문화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이 개념은 공급하는 것보다는 내적으로 발굴하고 촉진하는 활동에 더욱 가깝다. 이들이 새롭게 인식한 일상의 창의적인 활동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 역량(Capability)이다. 2017년 킹스 칼리지대학교 보고서에서는 일상의 문화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스스로 문화적 주체로 자기 방식의 삶을 선택하여 만들어가는 문화역량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문화역량을 어떻게 보고, 각 사회의 맥락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음은 당연하다.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킹스 칼리지 교수들과 인터뷰

여기서 잠시 영국의 학자와 실천가들이 고민하는 문화역량의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역량이라는 개념은 1900년대 후반부터 세계의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개념이다. 이미 자본주의의 오래된 모순이 수정자본주의에 의해 보완되었다고 믿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 자본주의의 현주소는 부의 초집중 현상을 야기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더욱 빠르게 고착하게 될 것이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인식은 문제의 원인을 읽는 배경이 되었다. 문제의식을 가진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 동안 경제의 양에 집중한 GDP와 같은 기준이 삶과 세계를 훼손하였다고 보고, 다른 기준을 찾았다.1) 따라서 새로운 기준은 인간을 수단이나 대상에서 “목적”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철학과 문화에 손을 내밀고, 윤리, 인간 삶의 질, 행복, 공유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유엔인간개발지수가 개발되었으며, 세계은행의 삶의 질 지수, OECD의 행복지수 등도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영국의 문화부와 예술위원회는 BBC, 볼런터리 아츠 등 여러 단체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2)를 수행하고 있다. 이 실험들은 볼런티리 아츠와 같은 단체가 오랫동안 주장하고 제안했던 것이며, 새로운 문화정책에 대한 영국의 연구진에 의해 제안된 것이다. Everyday Creative와 관련되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편의 연구가 진행 중인데 그 중에서 3편의 연구는 연구의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1)   경제성과(GDP나 개인의 연봉개념 등)를 대치할 새로운 지표 개발은 1990년대 들어 활발하게 제기되었다. 조지아 스티글리츠(미국), 아마티아 센(영국), 마사 누스바움(미국), 토마 피케티(프랑스)에 이르기까지 경제학과 철학의 결합은 현대사회의 극심한 불평등에 대처하는 사유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2)   ‘Get Creative’ ‘64MA’ ‘Fun Palace’ 등 영국예술위원회에서는 공적 기금을 들여 Everyday Creative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



년도 제목 연구주체 주요내용
2008 Our Creative Talent 영국문화부 &
잉글랜드예술위원회
- 영국 내 자발적 그룹들의 수와 크기를 중점적으로 연구함.
- 매우 기초적인 연구로서 영향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음.
2015 The future of
cultural value
Warwick위원회 - 정부 문화정책의 지원 방향, 당위성 등을 연구함.
- 기존정책이 전문가 집단과 청중에 집중한 반면, 일반인들의
   참여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점 지적.
- 이와 관련한 전국적인 미디어 캠페인을 제안하여 ‘Get
   Creative’ 캠페인으로 연결
2017 Towards cultural
democracy
King’s college London - ‘Get Creative’ 캠페인의 방향, 가치를 분석함.
-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창조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분석함.
- 또한 그러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역량의 증진이
   문화정책의 방향이라는 점 강조
- 이것을 진정한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함.



4. 영국 생활문화의 촘촘한 독해

영국의 생활문화영역은 조사는 물론 탐사를 필요로 한다. 영국의 문화적 맥락을 모를 경우 대개의 고민이 뜬금없을 뿐 아니라, 고민의 속도는 더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는 영국인 시민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문화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전문가 중심의 전통적인 예술지원정책의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들과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영국 생활문화정책 탐사를 통해, 필자의 눈에 읽혀진 영국 생활문화의 고민 혹은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우선, 영국의 생활문화 즉, everyday creative 개념은 정책적으로 시범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직 생소한 개념으로 일부 학자와 시범사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단계에서 활동의 주체들은 ‘전문예술 활동에 단순히 참가하는 것’과의 구별점을 갖기 위해 ‘창조적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별도의 용어는 그것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다.

왼쪽) 최정화, 슈퍼플라워, 1995, 천, 압축기 팬, 전류 조정기, 사진제공: 최정화 오른쪽) 김홍석, 개같은 형태 2009, 합성수지. 호주 퀸스랜드아트갤러리 소장품조 헌터 인터뷰 사진

둘째, 생활문화 영역은 다양성을 포괄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의 생활문화 영역에 포괄되어 있는 그룹들은 1000만 명의 회원과 6만개의 그룹이라는 방대한 규모로 조사되었다. 또한 200개의 중간 매개조직(umbrella body)는 전국적 조직의 활성화와 소통을 돕고 있다. 이 방대한 조직을 구성하는 그룹들은 우리나라의 동아리보다는 결속력이 강하며, 연대와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와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100여년이 된 전통조직에서부터 현대의 예술활동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규정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예술활동을 통해 문화적 관계를 맺는 공동체라는 공통점으로 파악하는 것이 맞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인간의 “문화역량”이라는 가치로 독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생활문화 즉 일상의 창조성은 일정한 조건을 갖고 있으며 이것은 정부가 지원해야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영국 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또 다른 프로젝트인 Fun Palace 캠페인의 기획자 조 헌터(Jo Hunter)는 300명의 참여자와의 워크숍을 통해 일상의 창조성을 위한 조건을 도출하였다고 한다. 이는 생활문화를 읽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영국의 정책연구자와 활동가들은 이러한 조건을 구축하기 위해 영국문화정책의 근원적이고 대폭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일상의 창조성이 구현되는 조건


①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공연할 수 있는 장소의 접근성
② 창조적인 사람들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면서 배우기
③ 결과물이나 목표보다 과정에 집중하기
④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타인 혹은 자신의 인정
⑤ 창조적인 활동과 문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문화적 촉매자
⑥ 디지털, 텔레비전과 같은 주류 매체의 중요성
⑦ 정식 교육 과정, 작품의 판매처 등 진로를 제시하는 것


넷째, 이러한 노력들이 영국의 전문예술분야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예술인들은 예술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2017년 이 분야 연구를 한 킹스 칼리지 닉 윌슨 (Nick Wilson) 교수는 전체 지원예산 중 매우 제한적인 부분만 생활문화 영역으로 지원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예산이 더 많은 사람들의 활동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그는 이를 위해 보다 명확한 논리와 내용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영국 생활문화 분야의 과제라는 점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5. 2017년 가을의 서울

영국을 조사한 필자의 느낌은 선진적이라는 영국과 한국이 동시대적인 정책을 고민하는 상황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영국의 문화적 기반에 대한 부러움이다.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과는 상관없이 일상의 영역에서 예술을 통해 관계 맺고 문화를 일구어 온 영국의 문화적 맥락이 부럽다는 의미이다. 비록 정책을 설득하고 사회적 위상을 얻는 그들의 고단한 노력이 쉽지 않겠지만, 탄탄한 현장이 있는 한 언젠가는 문화민주주의의 꽃이 개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가을, 서울의 문화 환경은 영국과는 완연히 다르다. 문체부는 물론 각 지자체들은 내년도 생활문화정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사실, 우리나라는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난 이후 문체부는 물론, 각 지자체마다 고민의 양과 속도가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다. 런던에서 만난 생활문화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울의 분위기를 설명하자 긴가민가하였다. 물론 그들의 시각에서는 사회적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뭔가를 발굴, 육성, 양성, 개발하는 한국의 문화 환경을 짐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영국의 현실과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 생활문화정책은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일상의 문화적 관계 즉, 문화생태계의 1차 생산자의 등장과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사람의 변화, 예컨대 문화역량을 내외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통해 관계가 확장되는 것이 생활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기반이기 때문이다. 2018년을 준비하는 이 가을은 시민의 문화역량에 대해 한 뼘씩 더 사유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필자는 문화디자인자리 대표이며,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대우교수. 20-30대 안양, 군포지역에서의 지역활동을 토대로, 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문화다양성, 마을공동체, 마을학교 등의 영역에서 정책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및 인력양성 활동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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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