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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31] 지역이 문화와 만날 때 비로소 평범한 일상이 깨어난다

발행처 관리자
발행일 2019.10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책으로 시작되어 문화로 뿌리내리기까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은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문화가 있는 날이 있으면 문화가 없는 날도 있다는 것이란 말인가라는 비아냥까지 자주 들었던 사업이었다. 이 사업이 시작된 지도 언 5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 동안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명칭이 이제는 입에 익었고, 그 날에 무엇을 할까 직접 신경을 쓰면서 챙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물론 이 시간을 거치는 동안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쳤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국가에서 지원금을 준다니, 한 동안 일이 없던 다양한 민간 또는 공공단체들이 깊게 고민하지 않은 기획안을 들고 나왔다. 재원이 부족하던 단체에게는 단비같은 지원금이었으나, 부족한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지역 문화재단의 직원들은 모이지 않는 주민들을 문화가 있는 날 끌어 모으느라 매번 ‘죽을 맛’이었다.

특히 지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던 예술가들은 그들의 예술창작활동을 지역민들의 문화여가 활동으로 전환시켜서 문화서비스로 제공해야만 지원금이 주어진다는 기본 방침에 그다지 달가운 것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의 창의성의 훼손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활동가들과 주민의 직접적 만남이 새로운 창의성을 만들다

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무슨 일자리를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지역이 갑자기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와서 재미있게 문화를 즐기고 가라는 것인데, 어떻게 갑자기 문화를 즐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문화를 즐기는 것인가? 너도 모르고 나도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원래 즐기던 소수의 몇몇들에게만 신난 날이었다.

 



장막을 바라보는 소녀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 에코밸리커튼>

 

물론 문화활동가와 예술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활동과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이것이 단지 지역 창작활동가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거나 공공재원 의존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잊으면 안 될 원칙이기도 하다.

 

 

회색도시가 문화로 꿈의 도시가 된다.

문화예술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의 당초의 시큰둥한 반응은 사업이 거듭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만족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심사와 평가를 받는 과정이 예술가에게 즐거운 일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활동들이 주민들에게 뜬금없는 것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지역 곳곳의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현장

  

그러나 옹기종기 서민들이 모여 살던 회색도시 좁은 골목의 작은 하늘은 동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담아 그린 그림으로 채워지면서 또 다른 우주를 만들어 냈으며(성남), 지방 도시의 작은 모퉁이 마을의 폐교는 문화예술 창작과 체험공간으로 다시 꾸며져 인근 지역주민들의 가슴뭉클한 감동의 공간이자 즐거운 문화예술 활동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으며(원주), 도시아파트 숲 안에서 문화와 생태환경이 만나서 폐품의 업사이클링 상품구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이것이 지역의 다양한 활동단체들의 연합시너지 효과를 높여서 도시 전체에 문화를 넣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대전), 철공소의 거친 노동은 예술을 만나서 새로운 융합의 꽃을 피우며(대구), 지역의 흩어진 문화예술공간이 지역문화청년들의 역사문화쌀롱으로 다시 태어나고(광주), 신생도시민이 거주공간에서 느끼는 어색함과 생경함을 문화예술적 스킨십으로 극복하면서 본격적 문화심기를 시작하고(김포), 자연의 숨소리와 음악의 선율이 신성한 감동을 주기까지(제주)...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이 지역에 주는 감동의 종류는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문화로도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함을 알게 되다.

‘문화가 있는 날’로 대표되는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은 이젠 하나의 정책사업의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 문화로 꿈 꿀 수 있음을 실감한다는 것은 도시민들이 삶의 근거를 문화 속에서 찾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민들

  

그러니 이 사업은, 정치도 경제도 내 삶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내가 자꾸 허공에 빈손을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게 되는 허망한 현실을 접할 때마다 내가 기죽지 않도록, 회색 군중들에게 문화로 화려한 색을 입혀서 결국에는 가슴과 머리 속까지 무지개 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문화가 도처에 있음을 우리가 확신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속에는 따뜻한 감성과 견고한 이성이 서로 ‘지속가능한’ 조화를 이루고 공존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이 평범한 일상이 문화로 특별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류정아 박사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문화인류학 석사,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사회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써 축제, 문화예술, 문화다양성, 지역문화, 문화융합, 메가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연구직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마르셀 모스, 증여론 2016』, 『축제와 융합 콘텐츠 전략(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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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